하반기 코스닥 순환매 가능성, 실적주 옥석 가리기가 중요한 이유
처음 주식을 시작했을 때 저는 기업 실적만 보면 된다고 믿었습니다. 매출이 늘고 영업이익이 좋으면 주가는 자연히 오를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시장은 그렇게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물가가 치솟던 시기에 멀쩡한 기업의 주가가 맥없이 빠지는 걸 보고 나서야 인플레이션(inflation), 즉 물가 전반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이 기업 수익 구조 자체를 흔든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물가가 오르면 기업 입장에서는 원자재비, 인건비, 물류비가 함께 오릅니다. 그런데 매출이 비용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마진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주주에게 돌아올 배당 여력도 줄어들고, 주가에 반영되는 미래 이익 예상치도 낮아집니다. 제가 보유했던 종목 중 하나가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았는데도 주가가 계속 눌린 이유가 여기 있었습니다.
더 중요한 연결고리는 중앙은행의 움직임입니다. 물가가 과도하게 오르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립니다. 기준금리란 중앙은행이 시중 은행에 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기본 이자율로, 시장 전체 금리 수준의 기준이 됩니다. 금리가 오르면 예금과 채권의 매력이 커지고,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인 주식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흐름이 생깁니다. 1970년대 미국을 보면 이 구조가 선명합니다. 오일 쇼크로 유가가 배럴당 3달러에서 44달러까지 폭등하고, 금 가격은 온스당 50달러에서 700달러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주식과 채권은 동시에 고전했고, 살아남은 자산은 원자재와 실물이었습니다. 출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그때 저는 처음으로 "인플레이션 헤지(hedge)"라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인플레이션 헤지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자산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금, 원자재, 부동산처럼 실물 가치를 가진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전략입니다. 막연히 금을 사야 한다는 말을 들어왔는데, 왜 그래야 하는지 비로소 납득이 갔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특히 뒤통수를 맞은 대목입니다. 은행 예금 금리가 5%인데 왜 사람들이 오히려 불안해하는지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습니다. 그런데 실질금리(real interest rate)라는 개념을 알고 나서야 퍼즐이 맞춰졌습니다. 실질금리란 명목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값으로, 투자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이자 이익을 나타냅니다. 예금 금리가 5%라도 물가가 7% 오른다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2%입니다. 돈을 은행에 맡겨도 실제 구매력은 줄어드는 셈입니다.
이 상황에서 금 가격이 오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금은 이자를 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종이화폐의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자를 줘도 손해인 돈보다 이자는 없지만 물가 상승을 그대로 반영하는 실물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겁니다. 2003년 온스당 300달러였던 금 가격이 지금 4,000달러를 넘어선 것은 단순한 투기가 아니라 종이화폐 가치가 장기적으로 희석되어 온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채권도 이 맥락에서 다시 봐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을 사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합니다. 이론적으로는 맞습니다. 채권은 고정금리 상품이라, 시장금리가 내려가면 내가 먼저 사놓은 채권의 상대적 가치가 올라갑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게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릴 거라는 정보는 저만 아는 게 아닙니다. 시장이 이미 선반영해버리면 막상 금리 인하 발표가 나도 채권 가격이 오히려 내려가는 경우가 생깁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이미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려 기준금리가 2.5%대인 상황이라, 미국 금리 인하가 국내 채권 수익으로 그대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입니다. 출처: 한국은행 기준금리 현황
특히 30년 만기 장기채를 단기 수익 목적으로 보유하는 건 사실상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것과 비슷한 위험을 품습니다. 만기까지 들고 가면 원금과 이자가 보장되지만, 중간에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크게 떨어지고 그걸 버티는 것 자체가 심리적으로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초보자라면 10년 이하 중단기 채권 위주로 먼저 경험을 쌓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거시경제를 공부하고 나서 제가 가장 먼저 바꾼 건 포트폴리오 구성 방식입니다. 예전에는 관심 가는 종목 두세 개에 집중했는데, 지금은 아래 세 가지 기준으로 자산을 나눠 담고 있습니다.
처음 투자를 시작하는 분이라면 1천만 원을 10~20개의 ETF에 나눠서 2~3년간 직접 경험해보는 방법을 권하고 싶습니다. 이건 수업료 개념입니다. 어떤 ETF가 상승장에서 강하고 어떤 게 하락장에서 버티는지, 책을 아무리 읽어도 몸이 기억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게 국가대표 선수를 골라내는 과정과 같습니다. 평가전을 여러 번 해봐야 베스트 일레븐이 나오는 것처럼, 소액으로 여러 자산을 직접 겪어봐야 자신에게 맞는 조합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빚을 내서 투자하는 레버리지 투자는 아무리 시장이 좋아 보여도 신중해야 합니다.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부채의 실질 가치가 줄어드는 건 사실이지만, 그게 역전되는 순간에는 저점에서 강제로 팔아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이론보다 심리가 훨씬 빨리 무너집니다.
물가, 금리, 환율은 따로따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결국 하나의 큰 흐름 속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흐름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투자가 단순히 종목을 고르는 행위가 아니라 경제라는 판 자체를 읽는 일이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거창하게 모든 걸 맞추려 하기보다는, 어항을 여러 곳에 두고 물고기가 올 만한 곳을 꾸준히 공부하는 태도가 결국 장기 수익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AIWtA_FtKJg&t=103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