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코스닥 순환매 가능성, 실적주 옥석 가리기가 중요한 이유
일반적으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면 그날 시장은 회복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시장은 그 공식을 정면으로 깼습니다. 매도 사이드카란 코스피200 선물 가격이 기준 가격 대비 5%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때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을 5분간 정지하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시장이 너무 빠르게 무너질 때 잠깐 브레이크를 거는 장치입니다.
오늘 반등의 실마리는 삼성전자였습니다. 삼성전자 노조가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불법 파업 리스크가 일단 한 고비를 넘겼고,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도 투심 회복에 한몫했습니다. 여기에 외국계 증권사 노무라에서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59만 원, SK하이닉스는 4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한 리포트가 더해졌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날 시장을 보면서 느끼는 건, 반등의 속도가 빠를수록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오전에 5.5%까지 올랐던 삼성전자가 오후에는 2%대로 내려앉았고, 코스피도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습니다. 이른바 눈치 보기 장세, 아니면 오늘 시장이 스스로 붙인 별명대로 '롤러 코스피'입니다.
오늘 하루 시장에서 주목할 흐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다섯 가지 흐름이 동시에 벌어진 하루였습니다. 개별 호재와 거시 리스크가 뒤섞인 전형적인 혼조세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엔 외국인이 팔면 무조건 나쁜 신호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수급 데이터를 꾸준히 들여다보니 외국인 매도의 이유와 맥락을 함께 봐야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오늘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3조 원 넘게 팔았습니다. 8거래일 연속 매도입니다. 반면 개인은 2조 원 넘게 받아냈고, 기관도 1조 원 이상 순매수에 나섰습니다.
외국인 매도의 배경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입니다. 리밸런싱이란 보유 자산 비중이 목표치를 벗어났을 때 원래 비율로 되돌리는 작업을 말합니다.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은 자연스럽게 비중이 커지기 때문에 일정 부분 팔아서 조정하는 거죠. 또 하나는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레버리지 축소입니다. 레버리지란 적은 자본으로 대규모 차입을 일으켜 투자 규모를 키우는 방식인데, AI 모멘텀에 레버리지를 태웠던 자금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코스닥 쪽 수급은 반대로 흘렀습니다. 코스피에서는 외국인이 팔고 기관이 사는 흐름이었지만, 코스닥에서는 외국인이 사고 기관이 팔았습니다. 특히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쪽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소부장이란 완성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소재, 부품, 장비 산업군을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코스닥 전체 지수는 1.6% 하락했는데, 외국인이 이 와중에 반도체 소부장을 담고 있었다는 건 단순한 공포 매도가 아니라 선별적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혔습니다. 환율이 1,504원까지 오른 상황에서도 이런 흐름이 나온다는 게 저는 꽤 의미 있다고 봤습니다.
다만 개인이 계속 받아주는 구도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건 맞지만, 외국인이 8거래일 연속으로 팔고 있는 이 흐름이 단기에 끝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한국거래소(KRX) 매매 동향을 매일 확인하면서 수급 변화를 추적하는 게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루틴이라고 생각합니다.
금리가 오르면 주식이 빠진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제 경험상 그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고 나면 시장 흐름이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지난주 금요일 미국 시장에서 10년물 국채 금리가 4.5%를 넘었고, 30년물은 5.1%까지 올랐습니다. 30년물 국채 금리가 5%를 상회한 것은 약 20년 만의 일입니다.
채권 금리와 주식의 관계는 이렇게 이해하면 됩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 가격은 내려갑니다. 채권 가격이 싸지면 글로벌 투자자들, 특히 헤지펀드 같은 대형 자금들은 주식을 팔아서 그 돈으로 더 싸진 채권을 사게 됩니다. 주식에서 채권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겁니다. 이걸 요구 수익률(Required Rate of Return)의 관점에서 보면 더 명확해집니다. 요구 수익률이란 투자자가 특정 투자에 기대하는 최소한의 수익률을 말합니다. 시중 금리가 오를수록 요구 수익률도 같이 올라가는데, 주식이 그 기대치를 맞추기 어려워지면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집니다.
지금 시장에서는 연준(Fed,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다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12월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40%대까지 올라왔습니다. 금리 인상 사이클로의 전환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금리가 오르면 반도체 주도주도 흔들릴까요?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AI 인프라 수요, 낸드플래시 쇼티지(공급 부족) 현상,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 증가 같은 구조적 성장 동력은 금리와 별개로 움직이는 측면이 있습니다. 쇼티지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태를 말하는데, 지금 반도체 시장에서는 특히 낸드 쪽에서 이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목표 주가 상향의 근거가 됐습니다. 금리는 시장이 쉬어가는 빌미가 될 수는 있지만, 주도주의 펀더멘탈을 바꾸는 요인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59만 원 삼성전자, 400만 원 SK하이닉스라는 목표 주가를 보고 흥분하기 전에 한 가지는 냉정하게 짚어야 합니다. 그 목표가 '언제' 달성되느냐입니다. 올해 안에 가는 것과 2~3년 후에 가는 것은 투자 전략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리포트는 방향을 알려주지, 시점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오늘 같은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면서 제가 다시 한번 확인한 건, 현금 비중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전략이 심리적으로도, 실전에서도 유리하다는 점입니다. 주도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변동성이 나오더라도 매도보다는 보유 관점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기대감만으로 올랐던 종목들은 오늘처럼 상한가 다음 날 8% 하락하는 일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hXFYq_YUE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