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코스닥 순환매 가능성, 실적주 옥석 가리기가 중요한 이유
반도체 수출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6%까지 올라왔습니다. 역사적으로 최고치입니다. 이 숫자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좀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반도체 하나가 흔들리면 우리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공부하면서 반도체가 단순한 전자 부품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의 가장 핵심적인 자원이라는 걸 체감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지금이 정말 조심해야 할 시점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AI 혁명이 시작되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그 수혜를 가장 직접적으로 받은 것이 HBM(High Bandwidth Memory)입니다. HBM이란 여러 개의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극대화한 고대역폭 메모리로, AI 연산에 필수적인 부품입니다. GPU 하나에 붙어있는 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주가도 함께 올랐습니다.
그런데 제가 공부를 하면서 하나 걸렸던 지점이 있었습니다. AI 서비스를 저도 매일 씁니다. 그런데 대부분 무료입니다.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GPU와 HBM 구매에 쏟아붓고 있는데, 그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이 아직 충분히 만들어졌는가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AI 머니타이제이션(AI Monetization), 즉 AI 투자를 실제 수익으로 전환하는 문제입니다. 현재로서는 투자 규모 대비 수익화 속도가 느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일부 사모펀드에서는 AI 관련 투자 자산의 환매 요청이 들어오고 있음에도 이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투자한 만큼 이익이 돌아오지 않으니 유동성 문제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셈입니다.
AI 투자가 계속 확대되던 사이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신호는 월스트리트 저널 같은 주요 매체의 논조 변화에서도 감지됩니다. "왜 호황이 다음 불황의 씨앗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이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상징적입니다. 내러티브(narrative), 즉 시장을 지배하는 서사가 바뀌고 있다는 뜻입니다. 서사가 바뀌면 투자자들의 행동이 바뀌고, 그게 결국 수요와 가격에 영향을 미칩니다.
반도체 산업을 처음 공부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이번엔 다르다"였습니다. AI 수요가 구조적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과거처럼 업황이 꺾이는 다운사이클(down cycle)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었습니다. 다운사이클이란 공급 과잉이나 수요 감소로 반도체 가격과 기업 실적이 동시에 하락하는 구간을 말합니다.
하지만 제가 데이터를 직접 들여다보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삼성전자 주가와 반도체 수출 증가율의 상관계수가 0.93에 달합니다. 거의 같이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장기 추세를 보면 둘 다 우상향이지만, 중간에 약 2년 주기로 조정 구간이 반복됐습니다. 사이클이 없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공급 측면에서도 신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 제조사들은 자연스럽게 설비 투자를 늘립니다. 그런데 반도체 파운드리(Foundry), 즉 위탁 생산 공장은 하루아침에 증설되지 않습니다. 통상 2~3년의 시차가 있습니다. 결국 지금 투자하고 있는 공장들이 가동되기 시작하는 시점에 수요가 예상보다 줄어든다면, 공급 과잉이 발생하고 가격은 빠르게 하락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비슷한 패턴은 반복됐습니다. 1920년대 자동차와 전기 산업이 주식 시장을 끌어올렸다가 1929년 대공황으로 다우지수가 고점 대비 90% 하락했고, 1990년대 인터넷 혁명이 나스닥을 올렸다가 2000년에 80% 가까이 빠졌습니다. 기술 자체는 살아남았지만, 마지막에 들어간 자금은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반도체와 AI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그 기대감이 지나치게 빠르게 가격에 반영됐을 때의 위험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 반도체 투자를 판단할 때 제가 스스로 체크해보는 항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반도체 투자를 하면서 주가 차트만 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더 하다 보니 주가보다 먼저 신호를 보내는 지표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중 하나가 신용 스프레드(Credit Spread)입니다. 신용 스프레드란 회사채 수익률과 국채 수익률의 차이를 말하는데, 이 격차가 벌어질수록 시장에서 기업 부도 위험을 높게 본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하이일드 채권(High-Yield Bond) 수익률과 국채 수익률의 차이가 핵심 지표입니다. 하이일드 채권이란 신용 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으로, 위험이 높은 만큼 수익률도 높습니다. 이 스프레드가 급격히 확대되면 그동안 여러 차례 미국 경기 침체가 뒤따랐습니다. 현재는 세 가지 신용 스프레드 지표 모두 낮은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출처: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FRED)에서 일별로 확인할 수 있는 수치입니다.
하지만 현재가 저점에 가깝다는 판단도 동시에 나옵니다. 저도 이 지표를 처음 확인해봤을 때 "지금은 괜찮다"는 안도감보다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뜻 아닌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스프레드가 낮다는 건 지금 시장이 위험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실질 금리(Real Interest Rate)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실질 금리란 명목 금리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을 뺀 수치로, 자금 조달 비용의 실질적인 부담을 나타냅니다. 최근 미국 10년, 30년 국채 수익률이 다시 오르면서 실질 금리가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질 금리가 오르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성장주와 기술주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AI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빅테크와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 있는 환경입니다. 출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에서 관련 금리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거시 지표들을 보면서 제가 느낀 건 하나입니다. 반도체는 미래 산업의 핵심이 맞지만, 지금 이 순간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인지는 항상 따져봐야 한다는 겁니다. 성장성만 보고 들어갔다가 사이클 조정 구간에서 2년을 버텨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반도체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반도체 업황을 모르고 투자하는 건 배를 타면서 파도를 무시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AI 혁명이 진짜라는 건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기술이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는 속도, 공급이 늘어나는 속도, 시장 서사가 바뀌는 속도를 동시에 봐야 합니다. 지금 반도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신용 스프레드, 실질 금리, 빅테크 투자 계획 발표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매도 타이밍을 미리 생각해두는 것이 현명한 접근이라고 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Kmu_xZXYG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