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코스닥 순환매 가능성, 실적주 옥석 가리기가 중요한 이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상원 은행위원회는 공화당 13명, 민주당 11명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은 당론 표결 결과인 13대 11을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에서 두 표가 추가로 나오면서 15대 9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원에서 CLARITY 법안이 통과된 지 10개월 만의 일이었습니다.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은 루벤 갈레고 의원과 안젤라 알소브룩스 의원입니다. 알소브룩스 의원은 지난 3월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 문제를 놓고 공화당과 초당적 합의를 이끌었던 인물입니다.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란 달러나 유로 같은 법정화폐에 가치를 연동시켜 가격 변동을 최소화한 암호화폐를 뜻합니다. 이자 지급 논쟁은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이자를 줄 경우 이게 증권으로 분류되는지 여부를 둘러싼 쟁점이었는데, 이 복잡한 협상을 주도했던 의원이 이번에도 찬성 쪽에 섰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갈레고 의원 역시 최근 윤리 조항 협상의 창구 역할을 해온 인물입니다. 단순히 두 표가 늘었다는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업계의 로비와 협상이 실제로 영향을 미쳤다는 방증이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시장은 단순한 찬반 투표 결과보다 그 숫자 뒤에 있는 맥락을 더 오래 기억합니다.
일반적으로 위원회 통과 소식이 나오면 곧 법안이 시행될 것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는 갈 길이 한참 남아 있습니다. 마크업(Markup)이란 위원회가 법안을 조항별로 검토하고 수정안을 표결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이번 마크업에서는 수정안이 무려 130개 이상 제출됐고, 그중 44개가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 한 명에게서 나왔습니다. 전체 수정안의 34%를 혼자 낸 셈입니다.
오바마 케어(ACA) 법안은 수정안 500개가 넘게 나와 마크업에만 8일이 걸렸습니다. 이번 CLARITY 법안 마크업은 두 시간 반 만에 끝났는데, 이게 가능했던 건 팀 스콧 상원 은행위원장이 직권으로 중복 조항을 기각하고 상당수 수정안을 음성 표결로 빠르게 처리했기 때문입니다. 음성 표결이란 개별 의원이 직접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찬성/반대"를 구두로 표명하는 방식입니다. 속도는 빨라지지만, 충분히 논의하지 못한 쟁점들이 그대로 남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찬성표를 던진 갈레고·알소브룩스 두 의원조차 "상원 본회의에서 윤리 조항이 포함되지 않으면 최종 찬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윤리 조항이란 트럼프 대통령 일가가 관여한 디파이(DeFi) 프로젝트인 월드리버티 파이낸셜, 그리고 대통령 밈코인 같은 사례처럼 공직자의 디지털 자산 발행·이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법안에 포함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 조항 없이는 사실상 법안을 이해 충돌 방치 수단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이번 CLARITY 법안에서 또 하나의 핵심 쟁점은 디파이(DeFi) 관련 조항입니다. 디파이란 탈중앙화 금융(Decentralized Finance)을 뜻하며,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중개 기관 없이 블록체인 위에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태계를 말합니다. 쟁점은 디파이 개발자가 자기 자산을 직접 예치하지 않는 경우에도 규제 대상으로 볼 것인가 여부였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팽팽히 맞서온 부분인데, 마크 워너 민주당 의원이 "이 조항에 협상 진전이 있었다"고 언급하면서 어느 정도 타협 가능성이 열렸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앞으로의 일정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이 구도를 이해하고 나니 왜 코인베이스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가 마크업 청문회 직전에 국회의사당을 돌며 로비 활동을 벌였는지, 그리고 A16Z(안드리센 호로위츠)가 중간 선거를 앞두고 디지털 자산 관련 정치 단체에 4,750만 달러를 쏟아붓는지 맥락이 잡혔습니다. A16Z의 이번 기부 총액은 1억 1,500만 달러로, 이 중 41%가 디지털 자산 로비에 집중된다는 점은 업계가 본회의 표결을 얼마나 중요하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출처: 뉴욕타임스).
저도 처음엔 CLARITY 법안 마크업 통과 소식이 나오면 비트코인이 최소 8만 3천 달러 전고점은 돌파할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8만 1천 달러 선에서 머물렀습니다. 게다가 마크업 통과 당일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6억 3천만 달러가 순유출됐습니다. 이건 2025년 1월 말 이후 약 4개월 만의 최대 순유출 수치입니다.
현물 ETF(Exchange Traded Fund)란 실제 비트코인을 담아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는 펀드 상품으로, 기관 투자자의 시장 신뢰를 가늠하는 지표로 자주 활용됩니다. 이 지표에서 6억 달러 넘게 빠져나간 날, 반대로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인 SOXL에는 사상 최대 일간 순유입이 기록됐습니다. 레버리지 ETF란 기초 지수 수익률의 2~3배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단기 방향성에 확신이 있는 투자자들이 주로 사용합니다. 같은 날 이 두 지표가 정반대로 움직였다는 건, 자금이 디지털 자산에서 빠져나와 AI·반도체 섹터로 이동하는 흐름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시사합니다.
알트코인 중에서는 XRP가 하루 새 4.5% 상승했고, 하이퍼리퀴드(HYPE)가 17% 급등했습니다. 하이퍼리퀴드의 경우 디파이 조항 진전 기대감 외에도, 코인베이스가 서클의 USDC를 하이퍼리퀴드 공식 트레저리 스테이블코인으로 선정하고 이자 수익의 90%를 하이퍼리퀴드에 귀속시키는 파트너십 뉴스가 겹치면서 강한 상승이 나왔습니다. 트레저리(Treasury)란 여기서 생태계 내 유동성을 관리하는 자금 운용 구조를 뜻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코인베이스가 수수료가 가장 비싼 거래소 중 하나인데 수수료가 거의 없는 하이퍼리퀴드와 파트너십을 맺은 배경이 아직 납득이 잘 안 됩니다. 추후 공개될 조건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시간이 지나봐야 알 것 같습니다(출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CLARITY 법안이 상원 은행위원회를 넘은 건 분명히 의미 있는 진전입니다. 하지만 수주간의 위원회 통합 과정, 디파이 조항 협상, 그리고 본회의에서 터질 윤리 조항 논쟁까지 남아 있는 변수가 적지 않습니다. 이 기간 동안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매크로 유동성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단기 가격보다 법안의 쟁점 흐름을 계속 추적하는 게 중장기 투자 판단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7kE5A0FtUx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