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코스닥 순환매 가능성, 실적주 옥석 가리기가 중요한 이유
금·은 비율(Gold-Silver Ratio)이란 금 1온스를 사기 위해 은이 몇 온스 필요한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비율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은이 저평가된 상태라고 해석하고, 낮을수록 은이 금보다 더 강하게 오른 상태로 봅니다. 2026년 5월 22일 기준으로 금은 약 4,509달러, 은은 약 75.51달러였으니 비율은 59.7배 수준입니다.
일반적으로 이 비율이 역사적 평균 아래로 내려가면 금을 사야 할 시점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단순히 평균 회귀를 기대하는 논리에 가깝습니다. 비율이 평균보다 높다는 건 은이 싸다는 신호일 수도 있고, 은에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맥락 없이 비율만 보고 판단하면 위험합니다.
실제로 2025년 초 귀금속 시장은 꽤 드라마틱했습니다. 금이 2025년 1월 29일에 온스당 5,595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찍었고, 은은 같은 날 121달러 64센트를 기록했습니다. 2025년 초 금 2,000달러 초반, 은 30달러 수준에서 불과 수개월 만에 이렇게 폭등했다가, 5월 중순에는 금이 고점 대비 약 20%, 은이 약 40% 하락한 상태였습니다. 그 조정 과정에서 금·은 비율이 다시 50대 중반까지 낮아지는 흐름도 확인됐습니다.
제가 주목한 건 이 조정 폭의 차이입니다. 금은 20% 빠졌는데 은은 40% 빠졌다는 건, 은이 올라갈 때도 더 가파르고 내려갈 때도 더 가파르다는 얘기입니다. 변동성(Volatility), 즉 가격이 흔들리는 폭이 은에서 훨씬 크게 나타납니다. 은에 투자할 때는 이 변동성을 감당할 수 있는 심리적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탈달러(De-dollarization)란 전 세계 국가들이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다른 자산이나 통화로 준비 자산을 분산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제가 처음 이 개념을 접했을 때는 다소 과장된 이야기처럼 들렸습니다. 그런데 수치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세계금협의회(World Gold Council) 데이터에 따르면(출처: World Gold Council)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2022년에 역대 최대 규모인 1,082톤의 금을 매입했습니다. 2023년에는 1,037톤, 2024년에는 863톤으로 3년 연속 역대급 매입이 이어졌습니다. 2024년 초에는 전 세계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의 총 시장 가치가 약 4조 달러로, 미국 국채 보유액 약 3조 9,000억 달러를 처음으로 추월했습니다.
이 흐름의 방아쇠는 2022년 미국의 러시아 외환 보유고 동결 조치였습니다. 달러 자산이 언제든 제재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걸 목격한 중앙은행들이 금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금은 어느 나라의 부채도 아니고, 제재로 동결할 수 없는 실물 자산이니까요.
그린라이트 캐피탈의 데이비드 아인혼이 금에 강하게 베팅하는 논리도 여기서 출발합니다. 아인혼은 미국 GDP 대비 재정 적자가 5~6% 수준이고, 미국 의회예산처(CBO)가 이를 지속 불가능하다고 직접 표현했다는 점을 근거로 듭니다. 재정 건전성 악화와 탈달러 흐름이 맞물리면 금 수요는 구조적으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입니다. JP모건이 2026년 말 금 목표가를 온스당 6,300달러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다만 제가 보기에 이 시나리오에는 한 가지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금리 인하입니다. 금은 이자를 주지 않는 자산이기 때문에, 금리가 높은 환경에서는 채권 대비 매력이 떨어집니다. 실제로 4월 CPI가 예상을 웃돌며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가 줄어들자 금은 고점에서 약 20% 조정을 받았습니다. 탈달러 논리가 맞더라도 금리라는 변수를 함께 봐야 한다는 걸 제 경험상 다시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은 시장의 공급적자(Supply Deficit)란 연간 은 생산량이 소비 수요를 채우지 못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스프롯 자산운용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은 시장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 연속 공급 적자 상태였고, 누적 부족분이 약 8억 온스에 달한다고 합니다. 세계 연간 은 생산량이 약 10억 온스 수준인 걸 감안하면 1년 치 생산량에 육박하는 재고가 사라진 셈입니다.
일반적으로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이 오른다고 알려져 있지만, 은의 경우 공급 구조가 좀 특이합니다. 전 세계 은 생산의 약 70~75%는 구리, 아연, 납 광산에서 다른 금속을 캐다가 부산물로 나오는 겁니다. 은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은만을 위해 새 광산을 빠르게 개발하기 어렵습니다. 공급 탄력성(Supply Elasticity), 즉 가격 신호에 반응해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능력 자체가 구조적으로 낮습니다.
수요 쪽에서는 AI 데이터센터와의 연결고리가 저도 처음엔 좀 뜬금없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논리를 따라가 보면 생각보다 탄탄합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출처: IEA)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30년까지 약 945TWh로, 현재의 두 배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입니다. 소형 원전(SMR)은 2030년 이후에나 현실화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이 전력 수요를 태양광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태양광 패널에는 은이 핵심 도전체 소재로 들어갑니다. 2024년 기준 태양광이 전체 은 수요의 17%를 차지하고, 태양광 패널 제조 원가에서 은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3년 3.4%에서 2025년 초 29%까지 올라갔습니다. 실제로 중국 대형 태양광 업체 트리나솔라와 진코솔라가 은 가격 상승 여파로 2025~2026년 순손실을 예고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강하게 유지되는 한, 이 수요 연결고리는 쉽게 끊어지지 않습니다.
물론 반론도 있습니다. 블룸버그NEF는 2026년 태양광 부문의 은 수요가 전년 대비 약 19%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태양광 업체들이 은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프롯의 논리가 맞으려면 이 기술 전환이 공급적자 해소 속도보다 느려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 이 부분이 은 투자의 가장 큰 불확실성입니다.
두 자산의 성격 차이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두 거장이 같은 귀금속 시장을 보고 서로 다른 자산에 베팅한 건 결국 시간축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인혼은 1~3년 안의 금리 인하와 탈달러 흐름에 무게를 뒀고, 스프롯은 3~5년의 산업 구조 변화에 베팅했습니다. 어느 쪽이 맞고 틀린 게 아니라,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시간축에서 논리를 세우는 게 핵심입니다. 귀금속 투자를 고려한다면 금·은 비율 하나만 보지 말고, 현재 금리 방향, 달러 강도, 산업 수요 흐름을 함께 체크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정리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xtFZkq84I4Q